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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결단을 가로막는 고정관념 5 가지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경영의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경영의 위험 요인을 피하기 위한 견제 메커니즘이 고정 관념으로 자리잡을 경우 신속한 의사 결정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장애 요인들을 살펴 본다.
 
13세기에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통합한 몽고 제국이 출현하였다. 몽고의 황제 칭기즈칸의 성공 비결은 ‘속도’였다. 적이 침입했음을 알리는 척후병이 도착하기도 전에 몽골의 기병대가 먼저 도착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몽골군에게 대적할 준비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상황에서 시작된 전투는 이미 승부가 난 상태였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속도’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GE의 전 CEO인 잭 웰치 회장은 단순함(Simple), 자신감(Self-Confidence)과 함께 속도(Speed)를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정착시켜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현 CEO인 제프 이멜트 회장도 취임 후, 속도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신속성은 성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1982년 타이레놀 제품에 대한 독극물 투입 사건 때 존슨앤존슨은 신속한 결단과 과감한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였다.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안전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이전보다 더 확고하게 심어주게 되었다(주간경제 797호, 위기 극복 기업에서 배우는 지혜 참조). 기업의 성공을 위해 ‘속도’는 선택이 아닌 기업의 핵심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는 고정관념들

경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오류를 피함과 동시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성과를 보이던 기업들이 한 순간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정보 수집 및 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오류를 줄이는 데에만 집착하여, 환경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도산에 이른 경우도 많다. 논리적으로 옳은 결정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잘못된 결정이 되기도 한다. 경쟁자보다 뒤늦은 결정으로 인해 선점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거나 손실을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한 올바른 행동이 오히려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어 실패를 가져온 것이다.  

기업 조직의 구성원들은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기업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지만, 지나칠 경우 오히려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고정관념들을 살펴 본다.
  
고정관념 1: 의사결정은 심사숙고 해야 한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피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신중하게 분석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면 자연히 의사결정의 속도는 느려지게 마련이다. 신중한 정보 분석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 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블링크(Bilink)’의 저자인 맬콤 글래드웰(Malcom Gladwell)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첫 2초의 결정’이 많은 시간을 들여 심사숙고한 결론보다 더 나은 판단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존슨앤존슨의 랄프 라슨(Ralph Larsen)회장은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결정해야 하는 고위 경영진에 오르게 되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자신의 육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99.99% 확신할 만큼 충분한 자료를 갖고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그때의 결정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선입견으로 인한 의사결정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결정을 미루는 것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이다. 하바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치오니(Amitai Etzioni)교수는 “경영자가 정보, 지식, 역량의 부족으로 자신감을 잃게 되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된다.”고 주장하였다. 우선, 의사결정시, ‘지연’행동을 보인다.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아예 문제를 처리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의사결정을 주저하는’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금리를 3% 올려야 한다면, 결단을 내려 3%를 올리기 보다는 0.5%를 올려보고 결과를 지켜본 후 1%를 올리는 등 의사결정을 시험해 본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과 문제해결에 대한 경험 축적을 통해 자신감을 쌓는 것이 급선무이다.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결단의 순간에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되어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정관념 2: 조직간 견제를 통해 리스크를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조직간 견제 장치들이 지나친 경우에는 의사결정의 속도가 늦어지거나 심지어는 의사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기업 현장에서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로 도산에 이른 사례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의 기업들은 의사결정의 오류를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의사결정에 상반된 의견을 가진 부문을 반드시 참여시켜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격렬하게 논의하는 과정(Devil’s Advocate)을 의도적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간의 과도한 견제는 결단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들 간의 불신을 증폭시켜 조직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관련 부서와의 갈등이 반복되다 보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수많은 회의와 협의를 거치도록 형식과 절차를 강화하기도 한다. 그 결과 관료적인 태도가 조직 문화로 고착되기도 한다.

여러 번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일본내 카메라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한 캐논은 ‘와이가야(외설 영화관)’라는 이름의 회의로 유명하다. 이 회의는 기술 부문과 마케팅 부문 등 여러 부서가 함께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의도적으로 다른 부서의 입장을 배려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의 석상에서 퇴장되는 등 벌칙을 받게 된다. 이러한 원칙 덕분에 와이가야 회의에서는 부서간 견제나 갈등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와이가야 미팅에서의 자유 토론을 통해, 한때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되었던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다시 복원되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캐논의 한 임직원은 “와이가야 미팅을 통해 지나친 견제가 줄어들게 되었고, 이는 캐논의 성장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말한다. 
  
고정관념 3: 현장의 업무권한을 확대해 주면 된다

결과에 대해 책임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장 담당자는 의사결정을 미루기 쉽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현장에서의 빠른 업무처리와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 담당자에 대한 권한위임(Empowerment)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경영자들은 관리자 계층을 축소하고, 담당자들의 업무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권한위임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많은 조직 구성원들이 권한위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다. 심지어 담당자 전결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상사에게 보고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결과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는 식의 불만이 팽배해진다. 이러한 현상은 상사에게 책임을 미루고 결과에 대한 불안을 회피하고 싶은 심리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 라탄(Latane)은 책임을 지고 싶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책임감의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상당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처리하겠지’하는 마음을 먹기 때문에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 범죄 현장에 대한 목격자가 많을수록 목격자 중의 한 명이 경찰에 신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늦어진다고 한다. 책임감의 분산 현상은 의사결정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조직일수록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의사결정을 위해 CEO와 많은 임원들이 회의를 진행할 때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역할과 책임이 모호한 안건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는 ‘다른 부문에서 책임지겠지, 내가 나설 필요가 없어’하는 식의 사고가 전염병처럼 확산될 수 있다. 

무너져 가는 닛산의 경영자로 영입된 카를로스 곤은 재건 계획을 수립한 다음 실행에 앞서 임직원들에게 “책임 정신은 기사도 정신이며, 무사도 정신이다.”라며 책임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험난한 재건 과정에서 곤 사장과 전직원이 보여준 책임감 덕분에 닛산은 도산 위기에서 화려하게 회생할 수 있었다.
  
고정관념 4: 의사결정에는 인간 관계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좋은 인간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설득하고 협상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 하나의 의사결정은 조직 안팎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임금 인상률 결정은 수많은 직원들의 급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경영진의 평가에도 반영될 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한 배당금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면 어느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게 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감정적인 장벽이 형성될 수 있다.

저명한 조직학자인 아지리스(Chris Argyris)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 관계를 무시하게 되면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불만을 갖게 된다. 서로에게 나쁜 감정을 품게 되면 의사결정에 협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 사항을 실행할 때, 위험 감수(Risk taking)에 대한 두려움도 증가한다.”고 말한다. 이해 당사자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 만을 강조하게 되면 결론은 나지 않고 회의는 끊임없이 공전될 수 밖에 없다. 인간 관계 측면에서 서로 협력하고자 하는 감정이 말라 붙게 되면 좋은 대안이 나오기도 힘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더라도 좋은 방안이라고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의사결정자는 결단을 미룰 수밖에 없다.
 
고정관념 5: 일사분란한 조직 체계가 필요하다

계층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한 사람 만이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면, 이론적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피라미드 구조는 관료주의 문화를 형성함으로써 오히려 고객과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도 한다. 위계적 관료주의는 복잡다단한 계층 구조와 기능 부서별 최적화를 중시함으로써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장벽을 만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계층간, 부서간 협의를 통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램 차란(Ram Charan) 교수는 “관료주의 문화에서는 대화의 단절로 인해 의사결정을 미루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적절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거나, 자기 부서의 이익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까지 허용하는 분위기가 대화 단절의 주범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객을 위한 기능 부서간 의사결정을 활성화하려면, 조직간 대화와 토론을 강화해야 한다고 차란 교수는 주장한다.

델컴퓨터는 고객의 의견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조직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한 사례이다. 동사는 회사의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고객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경영진과 고객 접점 간의 계층을 모두 없애버렸다. 델컴퓨터의 콜센터는 고객의 의견을 종합하여 경영진에게 직접 보고한다. 경영진이 고객의 의견을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체계를 혁신함으로써, 경영진과 고객 간의 복잡한 계층 구조와 부서 간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 개선 포인트

몽고군의 신속한 공격은 칭기즈칸이 구축한 체계적인 조직력과 ‘민첩한’ 개개인의 빠른 결단력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다. 신속한 결단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직 측면의 개선점들을 살펴본다. 

우선, 빠른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리더십이 변화되어야 한다. 리더들은 결단력(Edge)과 같은 의사결정 역량을 개발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은 리더의 선발, 승진, 평가 및 보상에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 역량을 중요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팀워크 활성화가 요구된다. 암젠의 케빈 셰어러 회장은 이사회가 회사를 위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평소에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이사회 개최 장소도 편안한 곳을 선택하여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셰어러 회장은 이를 통해 마치 가족과 같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셋째,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현장의 조직 구성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권한위임은 자유방임이 아니다. 현장에 권한을 위임하는 대신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율(Discipline)이 있어야 한다. 규율이 없으면 간부들이 현장 담당자의 결정에 대해서 오류를 지적할 때, 담당자들은 의사결정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되고, 상급자에게 어떻게 해야 할 지 물어보게 될 것이다. 현장 담당자들과 엄격한 규율을 공유함과 동시에 일부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손실은 감수하겠다는 경영자의 의지가 병행될 때 고객 대응 속도가 빠른 조직으로 변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에 대한 역할과 책임 규정, 그리고 의사결정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판매 생산 계획처럼 여러 부문이 개입되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 누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할 지 명확한 역할이 정의되어야 한다. 역할이 모호하고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의사결정자들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책임을 미루게 될 수 밖에 없다.

P&G는 GE의 CEO인 제프 이멜트, 이베이(eBay)의 맥 휘트먼 등 걸출한 CEO를 배출하였다. 훌륭한 경영자를 육성하게 된 원동력으로 P&G의‘옵션 회의’제도를 꼽을 수 있다. ‘옵션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사업의 전략은 어떠한가?”, “3가지 전략 대안을 설명하고, 가장 바람직한 대안을 선택한 이유를 제시하시오.”등의 복잡한 의사결정 옵션에 대해 30초 안에 결단을 내리고 답변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 기업도 의사결정의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세계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튼실한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가 되었다.  <끝>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경영의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경영의 위험 요인을 피하기 위한 견제 메커니즘이 고정 관념으로 자리잡을 경우 신속한 의사 결정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장애 요인들을 살펴 본다.
 
13세기에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통합한 몽고 제국이 출현하였다. 몽고의 황제 칭기즈칸의 성공 비결은 ‘속도’였다. 적이 침입했음을 알리는 척후병이 도착하기도 전에 몽골의 기병대가 먼저 도착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몽골군에게 대적할 준비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상황에서 시작된 전투는 이미 승부가 난 상태였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속도’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GE의 전 CEO인 잭 웰치 회장은 단순함(Simple), 자신감(Self-Confidence)과 함께 속도(Speed)를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정착시켜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현 CEO인 제프 이멜트 회장도 취임 후, 속도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신속성은 성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1982년 타이레놀 제품에 대한 독극물 투입 사건 때 존슨앤존슨은 신속한 결단과 과감한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였다.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안전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이전보다 더 확고하게 심어주게 되었다(주간경제 797호, 위기 극복 기업에서 배우는 지혜 참조). 기업의 성공을 위해 ‘속도’는 선택이 아닌 기업의 핵심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는 고정관념들

경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오류를 피함과 동시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성과를 보이던 기업들이 한 순간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정보 수집 및 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오류를 줄이는 데에만 집착하여, 환경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도산에 이른 경우도 많다. 논리적으로 옳은 결정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잘못된 결정이 되기도 한다. 경쟁자보다 뒤늦은 결정으로 인해 선점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거나 손실을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한 올바른 행동이 오히려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어 실패를 가져온 것이다.  

기업 조직의 구성원들은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기업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지만, 지나칠 경우 오히려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고정관념들을 살펴 본다.
  
고정관념 1: 의사결정은 심사숙고 해야 한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피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신중하게 분석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면 자연히 의사결정의 속도는 느려지게 마련이다. 신중한 정보 분석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 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블링크(Bilink)’의 저자인 맬콤 글래드웰(Malcom Gladwell)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첫 2초의 결정’이 많은 시간을 들여 심사숙고한 결론보다 더 나은 판단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존슨앤존슨의 랄프 라슨(Ralph Larsen)회장은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결정해야 하는 고위 경영진에 오르게 되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자신의 육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99.99% 확신할 만큼 충분한 자료를 갖고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그때의 결정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선입견으로 인한 의사결정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결정을 미루는 것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이다. 하바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치오니(Amitai Etzioni)교수는 “경영자가 정보, 지식, 역량의 부족으로 자신감을 잃게 되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된다.”고 주장하였다. 우선, 의사결정시, ‘지연’행동을 보인다.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아예 문제를 처리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의사결정을 주저하는’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금리를 3% 올려야 한다면, 결단을 내려 3%를 올리기 보다는 0.5%를 올려보고 결과를 지켜본 후 1%를 올리는 등 의사결정을 시험해 본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과 문제해결에 대한 경험 축적을 통해 자신감을 쌓는 것이 급선무이다.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결단의 순간에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되어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정관념 2: 조직간 견제를 통해 리스크를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조직간 견제 장치들이 지나친 경우에는 의사결정의 속도가 늦어지거나 심지어는 의사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기업 현장에서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로 도산에 이른 사례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의 기업들은 의사결정의 오류를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의사결정에 상반된 의견을 가진 부문을 반드시 참여시켜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격렬하게 논의하는 과정(Devil’s Advocate)을 의도적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간의 과도한 견제는 결단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들 간의 불신을 증폭시켜 조직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관련 부서와의 갈등이 반복되다 보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수많은 회의와 협의를 거치도록 형식과 절차를 강화하기도 한다. 그 결과 관료적인 태도가 조직 문화로 고착되기도 한다.

여러 번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일본내 카메라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한 캐논은 ‘와이가야(외설 영화관)’라는 이름의 회의로 유명하다. 이 회의는 기술 부문과 마케팅 부문 등 여러 부서가 함께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의도적으로 다른 부서의 입장을 배려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의 석상에서 퇴장되는 등 벌칙을 받게 된다. 이러한 원칙 덕분에 와이가야 회의에서는 부서간 견제나 갈등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와이가야 미팅에서의 자유 토론을 통해, 한때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되었던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다시 복원되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캐논의 한 임직원은 “와이가야 미팅을 통해 지나친 견제가 줄어들게 되었고, 이는 캐논의 성장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말한다. 
  
고정관념 3: 현장의 업무권한을 확대해 주면 된다

결과에 대해 책임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장 담당자는 의사결정을 미루기 쉽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현장에서의 빠른 업무처리와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 담당자에 대한 권한위임(Empowerment)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경영자들은 관리자 계층을 축소하고, 담당자들의 업무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권한위임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많은 조직 구성원들이 권한위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다. 심지어 담당자 전결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상사에게 보고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결과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는 식의 불만이 팽배해진다. 이러한 현상은 상사에게 책임을 미루고 결과에 대한 불안을 회피하고 싶은 심리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 라탄(Latane)은 책임을 지고 싶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책임감의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상당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처리하겠지’하는 마음을 먹기 때문에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 범죄 현장에 대한 목격자가 많을수록 목격자 중의 한 명이 경찰에 신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늦어진다고 한다. 책임감의 분산 현상은 의사결정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조직일수록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의사결정을 위해 CEO와 많은 임원들이 회의를 진행할 때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역할과 책임이 모호한 안건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는 ‘다른 부문에서 책임지겠지, 내가 나설 필요가 없어’하는 식의 사고가 전염병처럼 확산될 수 있다. 

무너져 가는 닛산의 경영자로 영입된 카를로스 곤은 재건 계획을 수립한 다음 실행에 앞서 임직원들에게 “책임 정신은 기사도 정신이며, 무사도 정신이다.”라며 책임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험난한 재건 과정에서 곤 사장과 전직원이 보여준 책임감 덕분에 닛산은 도산 위기에서 화려하게 회생할 수 있었다.
  
고정관념 4: 의사결정에는 인간 관계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좋은 인간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설득하고 협상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 하나의 의사결정은 조직 안팎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임금 인상률 결정은 수많은 직원들의 급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경영진의 평가에도 반영될 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한 배당금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면 어느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게 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감정적인 장벽이 형성될 수 있다.

저명한 조직학자인 아지리스(Chris Argyris)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 관계를 무시하게 되면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불만을 갖게 된다. 서로에게 나쁜 감정을 품게 되면 의사결정에 협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 사항을 실행할 때, 위험 감수(Risk taking)에 대한 두려움도 증가한다.”고 말한다. 이해 당사자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 만을 강조하게 되면 결론은 나지 않고 회의는 끊임없이 공전될 수 밖에 없다. 인간 관계 측면에서 서로 협력하고자 하는 감정이 말라 붙게 되면 좋은 대안이 나오기도 힘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더라도 좋은 방안이라고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의사결정자는 결단을 미룰 수밖에 없다.
 
고정관념 5: 일사분란한 조직 체계가 필요하다

계층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한 사람 만이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면, 이론적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피라미드 구조는 관료주의 문화를 형성함으로써 오히려 고객과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도 한다. 위계적 관료주의는 복잡다단한 계층 구조와 기능 부서별 최적화를 중시함으로써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장벽을 만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계층간, 부서간 협의를 통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램 차란(Ram Charan) 교수는 “관료주의 문화에서는 대화의 단절로 인해 의사결정을 미루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적절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거나, 자기 부서의 이익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까지 허용하는 분위기가 대화 단절의 주범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객을 위한 기능 부서간 의사결정을 활성화하려면, 조직간 대화와 토론을 강화해야 한다고 차란 교수는 주장한다.

델컴퓨터는 고객의 의견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조직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한 사례이다. 동사는 회사의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고객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경영진과 고객 접점 간의 계층을 모두 없애버렸다. 델컴퓨터의 콜센터는 고객의 의견을 종합하여 경영진에게 직접 보고한다. 경영진이 고객의 의견을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체계를 혁신함으로써, 경영진과 고객 간의 복잡한 계층 구조와 부서 간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 개선 포인트

몽고군의 신속한 공격은 칭기즈칸이 구축한 체계적인 조직력과 ‘민첩한’ 개개인의 빠른 결단력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다. 신속한 결단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직 측면의 개선점들을 살펴본다. 

우선, 빠른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리더십이 변화되어야 한다. 리더들은 결단력(Edge)과 같은 의사결정 역량을 개발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은 리더의 선발, 승진, 평가 및 보상에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 역량을 중요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팀워크 활성화가 요구된다. 암젠의 케빈 셰어러 회장은 이사회가 회사를 위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평소에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이사회 개최 장소도 편안한 곳을 선택하여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셰어러 회장은 이를 통해 마치 가족과 같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셋째,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현장의 조직 구성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권한위임은 자유방임이 아니다. 현장에 권한을 위임하는 대신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율(Discipline)이 있어야 한다. 규율이 없으면 간부들이 현장 담당자의 결정에 대해서 오류를 지적할 때, 담당자들은 의사결정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되고, 상급자에게 어떻게 해야 할 지 물어보게 될 것이다. 현장 담당자들과 엄격한 규율을 공유함과 동시에 일부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손실은 감수하겠다는 경영자의 의지가 병행될 때 고객 대응 속도가 빠른 조직으로 변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에 대한 역할과 책임 규정, 그리고 의사결정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판매 생산 계획처럼 여러 부문이 개입되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 누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할 지 명확한 역할이 정의되어야 한다. 역할이 모호하고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의사결정자들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책임을 미루게 될 수 밖에 없다.

P&G는 GE의 CEO인 제프 이멜트, 이베이(eBay)의 맥 휘트먼 등 걸출한 CEO를 배출하였다. 훌륭한 경영자를 육성하게 된 원동력으로 P&G의‘옵션 회의’제도를 꼽을 수 있다. ‘옵션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사업의 전략은 어떠한가?”, “3가지 전략 대안을 설명하고, 가장 바람직한 대안을 선택한 이유를 제시하시오.”등의 복잡한 의사결정 옵션에 대해 30초 안에 결단을 내리고 답변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 기업도 의사결정의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세계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튼실한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가 되었다.  <끝>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경영의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 경영의 위험 요인을 피하기 위한 견제 메커니즘이 고정 관념으로 자리잡을 경우 신속한 의사 결정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장애 요인들을 살펴 본다.
 
13세기에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통합한 몽고 제국이 출현하였다. 몽고의 황제 칭기즈칸의 성공 비결은 ‘속도’였다. 적이 침입했음을 알리는 척후병이 도착하기도 전에 몽골의 기병대가 먼저 도착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몽골군에게 대적할 준비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상황에서 시작된 전투는 이미 승부가 난 상태였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속도’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GE의 전 CEO인 잭 웰치 회장은 단순함(Simple), 자신감(Self-Confidence)과 함께 속도(Speed)를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정착시켜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현 CEO인 제프 이멜트 회장도 취임 후, 속도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신속성은 성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1982년 타이레놀 제품에 대한 독극물 투입 사건 때 존슨앤존슨은 신속한 결단과 과감한 대응으로 위기를 극복하였다.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안전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이전보다 더 확고하게 심어주게 되었다(주간경제 797호, 위기 극복 기업에서 배우는 지혜 참조). 기업의 성공을 위해 ‘속도’는 선택이 아닌 기업의 핵심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는 고정관념들

경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의 오류를 피함과 동시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성과를 보이던 기업들이 한 순간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정보 수집 및 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오류를 줄이는 데에만 집착하여, 환경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도산에 이른 경우도 많다. 논리적으로 옳은 결정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잘못된 결정이 되기도 한다. 경쟁자보다 뒤늦은 결정으로 인해 선점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거나 손실을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한 올바른 행동이 오히려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어 실패를 가져온 것이다.  

기업 조직의 구성원들은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기업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지만, 지나칠 경우 오히려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고정관념들을 살펴 본다.
  
고정관념 1: 의사결정은 심사숙고 해야 한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피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신중하게 분석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면 자연히 의사결정의 속도는 느려지게 마련이다. 신중한 정보 분석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직관에 의한 의사결정 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블링크(Bilink)’의 저자인 맬콤 글래드웰(Malcom Gladwell)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첫 2초의 결정’이 많은 시간을 들여 심사숙고한 결론보다 더 나은 판단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존슨앤존슨의 랄프 라슨(Ralph Larsen)회장은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결정해야 하는 고위 경영진에 오르게 되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자신의 육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99.99% 확신할 만큼 충분한 자료를 갖고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그때의 결정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선입견으로 인한 의사결정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결정을 미루는 것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이다. 하바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치오니(Amitai Etzioni)교수는 “경영자가 정보, 지식, 역량의 부족으로 자신감을 잃게 되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된다.”고 주장하였다. 우선, 의사결정시, ‘지연’행동을 보인다.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아예 문제를 처리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의사결정을 주저하는’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금리를 3% 올려야 한다면, 결단을 내려 3%를 올리기 보다는 0.5%를 올려보고 결과를 지켜본 후 1%를 올리는 등 의사결정을 시험해 본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과 문제해결에 대한 경험 축적을 통해 자신감을 쌓는 것이 급선무이다.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결단의 순간에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되어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정관념 2: 조직간 견제를 통해 리스크를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

조직간 견제 장치들이 지나친 경우에는 의사결정의 속도가 늦어지거나 심지어는 의사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기업 현장에서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로 도산에 이른 사례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의 기업들은 의사결정의 오류를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의사결정에 상반된 의견을 가진 부문을 반드시 참여시켜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격렬하게 논의하는 과정(Devil’s Advocate)을 의도적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간의 과도한 견제는 결단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들 간의 불신을 증폭시켜 조직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관련 부서와의 갈등이 반복되다 보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수많은 회의와 협의를 거치도록 형식과 절차를 강화하기도 한다. 그 결과 관료적인 태도가 조직 문화로 고착되기도 한다.

여러 번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일본내 카메라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한 캐논은 ‘와이가야(외설 영화관)’라는 이름의 회의로 유명하다. 이 회의는 기술 부문과 마케팅 부문 등 여러 부서가 함께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의도적으로 다른 부서의 입장을 배려하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의 석상에서 퇴장되는 등 벌칙을 받게 된다. 이러한 원칙 덕분에 와이가야 회의에서는 부서간 견제나 갈등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와이가야 미팅에서의 자유 토론을 통해, 한때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되었던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다시 복원되어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캐논의 한 임직원은 “와이가야 미팅을 통해 지나친 견제가 줄어들게 되었고, 이는 캐논의 성장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말한다. 
  
고정관념 3: 현장의 업무권한을 확대해 주면 된다

결과에 대해 책임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장 담당자는 의사결정을 미루기 쉽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현장에서의 빠른 업무처리와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 담당자에 대한 권한위임(Empowerment)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경영자들은 관리자 계층을 축소하고, 담당자들의 업무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권한위임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많은 조직 구성원들이 권한위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다. 심지어 담당자 전결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상사에게 보고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결과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는 식의 불만이 팽배해진다. 이러한 현상은 상사에게 책임을 미루고 결과에 대한 불안을 회피하고 싶은 심리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저명한 심리학자 라탄(Latane)은 책임을 지고 싶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를 ‘책임감의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라고 정의하였다. 즉,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상당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처리하겠지’하는 마음을 먹기 때문에 위기에 대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 범죄 현장에 대한 목격자가 많을수록 목격자 중의 한 명이 경찰에 신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늦어진다고 한다. 책임감의 분산 현상은 의사결정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조직일수록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의사결정을 위해 CEO와 많은 임원들이 회의를 진행할 때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역할과 책임이 모호한 안건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는 ‘다른 부문에서 책임지겠지, 내가 나설 필요가 없어’하는 식의 사고가 전염병처럼 확산될 수 있다. 

무너져 가는 닛산의 경영자로 영입된 카를로스 곤은 재건 계획을 수립한 다음 실행에 앞서 임직원들에게 “책임 정신은 기사도 정신이며, 무사도 정신이다.”라며 책임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험난한 재건 과정에서 곤 사장과 전직원이 보여준 책임감 덕분에 닛산은 도산 위기에서 화려하게 회생할 수 있었다.
  
고정관념 4: 의사결정에는 인간 관계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좋은 인간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설득하고 협상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 하나의 의사결정은 조직 안팎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임금 인상률 결정은 수많은 직원들의 급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경영진의 평가에도 반영될 뿐만 아니라, 주주에 대한 배당금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면 어느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게 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감정적인 장벽이 형성될 수 있다.

저명한 조직학자인 아지리스(Chris Argyris)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인간 관계를 무시하게 되면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불만을 갖게 된다. 서로에게 나쁜 감정을 품게 되면 의사결정에 협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 사항을 실행할 때, 위험 감수(Risk taking)에 대한 두려움도 증가한다.”고 말한다. 이해 당사자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 만을 강조하게 되면 결론은 나지 않고 회의는 끊임없이 공전될 수 밖에 없다. 인간 관계 측면에서 서로 협력하고자 하는 감정이 말라 붙게 되면 좋은 대안이 나오기도 힘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더라도 좋은 방안이라고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의사결정자는 결단을 미룰 수밖에 없다.
 
고정관념 5: 일사분란한 조직 체계가 필요하다

계층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한 사람 만이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면, 이론적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피라미드 구조는 관료주의 문화를 형성함으로써 오히려 고객과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도 한다. 위계적 관료주의는 복잡다단한 계층 구조와 기능 부서별 최적화를 중시함으로써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장벽을 만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계층간, 부서간 협의를 통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에는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램 차란(Ram Charan) 교수는 “관료주의 문화에서는 대화의 단절로 인해 의사결정을 미루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적절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거나, 자기 부서의 이익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까지 허용하는 분위기가 대화 단절의 주범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객을 위한 기능 부서간 의사결정을 활성화하려면, 조직간 대화와 토론을 강화해야 한다고 차란 교수는 주장한다.

델컴퓨터는 고객의 의견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조직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한 사례이다. 동사는 회사의 중요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고객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경영진과 고객 접점 간의 계층을 모두 없애버렸다. 델컴퓨터의 콜센터는 고객의 의견을 종합하여 경영진에게 직접 보고한다. 경영진이 고객의 의견을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체계를 혁신함으로써, 경영진과 고객 간의 복잡한 계층 구조와 부서 간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 개선 포인트

몽고군의 신속한 공격은 칭기즈칸이 구축한 체계적인 조직력과 ‘민첩한’ 개개인의 빠른 결단력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다. 신속한 결단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직 측면의 개선점들을 살펴본다. 

우선, 빠른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리더십이 변화되어야 한다. 리더들은 결단력(Edge)과 같은 의사결정 역량을 개발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업은 리더의 선발, 승진, 평가 및 보상에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 역량을 중요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팀워크 활성화가 요구된다. 암젠의 케빈 셰어러 회장은 이사회가 회사를 위해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평소에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이사회 개최 장소도 편안한 곳을 선택하여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셰어러 회장은 이를 통해 마치 가족과 같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셋째,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현장의 조직 구성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권한위임은 자유방임이 아니다. 현장에 권한을 위임하는 대신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율(Discipline)이 있어야 한다. 규율이 없으면 간부들이 현장 담당자의 결정에 대해서 오류를 지적할 때, 담당자들은 의사결정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되고, 상급자에게 어떻게 해야 할 지 물어보게 될 것이다. 현장 담당자들과 엄격한 규율을 공유함과 동시에 일부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손실은 감수하겠다는 경영자의 의지가 병행될 때 고객 대응 속도가 빠른 조직으로 변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에 대한 역할과 책임 규정, 그리고 의사결정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판매 생산 계획처럼 여러 부문이 개입되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 누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할 지 명확한 역할이 정의되어야 한다. 역할이 모호하고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의사결정자들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책임을 미루게 될 수 밖에 없다.

P&G는 GE의 CEO인 제프 이멜트, 이베이(eBay)의 맥 휘트먼 등 걸출한 CEO를 배출하였다. 훌륭한 경영자를 육성하게 된 원동력으로 P&G의‘옵션 회의’제도를 꼽을 수 있다. ‘옵션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사업의 전략은 어떠한가?”, “3가지 전략 대안을 설명하고, 가장 바람직한 대안을 선택한 이유를 제시하시오.”등의 복잡한 의사결정 옵션에 대해 30초 안에 결단을 내리고 답변해야만 한다. 이제 우리 기업도 의사결정의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세계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튼실한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가 되었다.  <끝>

출처: LG경제연구원